며칠 전 ASUS Z11PR-D16 메인보드에 관한 글을 올렸다. 사실 그 보드는 꽤 오래 방치해 두었던 물건이다. 한창 파이코인(Pi Coin) 채굴이 화제였을 때 ‘이거다!’ 싶어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CPU와 메인보드를 덜컥 샀는데, 막상 조립을 못 하고 박스째로 창고에 잠든 채로 지냈죠. 그러다 요즘 서버 쪽에 관심이 생기면서 “어차피 잠들어 있는 거, 홈 서버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메인보드 이야기는 지난 글에서 했으니, 오늘은 같이 샀던 CPU — 인텔 제온 골드 6138(Intel Xeon Gold 6138) 을 정리한다. 다음 편에서는 지금 중국에서 배송 중인 ECC RAM, E-ATX 빅타워 케이스, 파워 이야기도 순서대로 정리할 예정이다.


1. 제온 골드 6138이 뭔가요? — 스펙 한눈에 보기
제온 골드 6138은 인텔이 2017년에 출시한 서버용 CPU(Skylake-SP 아키텍처)다. 일반 데스크톱 CPU와 달리 데이터센터·워크스테이션 서버를 위해 설계된 제품이다.
| 항목 | 사양 |
|---|---|
| 코어 / 스레드 | 20코어 / 40스레드 |
| 기본 클럭 / 최대 터보 | 2.0 GHz / 3.7 GHz |
| L3 캐시 | 27.5 MB |
| 소켓 | FCLGA3647 (LGA 3647) |
| TDP(열설계전력) | 125W |
| 메모리 | DDR4-2666, 6채널, 최대 768 GB, ECC 지원 |
| PCIe | 3.0 × 48레인 |
| 지원 기능 | AVX-512, AES-NI, 하이퍼스레딩, 터보부스트 2.0, VT-x |
| 최대 허용 온도 | 86°C |
| 출시 당시 가격 | 약 $2,612 (370만 원) |
2017년에 데이터센터용으로 370만 원짜리였던 CPU가 이제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7,000~10,000원 수준에 살 수 있다. 중고나라에서도 13,000~15,000원 선이다. 참고로 저는 듀얼(2개)로 구매했다.
2. 가격이 왜 이렇게 싸죠? — 역사와 등급 이야기
제온 플래티넘·골드·실버·브론즈
인텔은 서버 CPU 라인업을 등급으로 나눕니다.
| 등급 | 특징 | 예시 |
|---|---|---|
| 플래티넘(Platinum) | 최고 성능, 4소켓 이상 지원 | 8180, 8280 |
| 골드(Gold) | 고성능, 2소켓 지원 | 6138, 6154 |
| 실버(Silver) | 중간급, 2소켓 지원 | 4114, 4116 |
| 브론즈(Bronze) | 보급형, 1~2소켓 | 3106 |
6138은 골드 등급으로, 2소켓(듀얼 CPU 구성)을 공식 지원한다. “6”으로 시작하는 건 6채널 메모리와 듀얼 소켓 지원을 의미한다.
왜 이렇게 싸졌나요?
2017년 출시 후 인텔은 2019년 Cascade Lake-SP, 2021년 Ice Lake-SP를 계속 출시했다. 데이터센터들이 새 세대로 교체하면서 Skylake-SP 기반 CPU들이 대량으로 중고 시장에 풀렸다. 결과적으로 출시가 대비 99% 가까이 하락했죠. CPU 자체 성능은 그대로인데 가격만 바닥을 치게 된 겁니다.

3. 성능: 싱글 vs 듀얼 소켓 비교

싱글 소켓 (1개 장착)
PassMark 기준 대략적인 성능입니다:
- 정수 연산: 96,000 MOps/Sec
- 부동소수점: 59,000 MOps/Sec
- 암호화: 8.8 GB/Sec
- 단일 스레드: 2,000 MOps/Sec 수준
Geekbench 6 기준으로 싱글코어는 약 1,180점 — 요즘 인텔 13세대·AMD 라이젠 7000 시리즈에 비하면 확실히 낮다. 2.0 GHz 기본 클럭이 발목을 잡다. 반면 멀티코어는 약 11,000점으로, 같은 시기 나온 고급 데스크톱 CPU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듀얼 소켓 (2개 장착)
2개를 동시에 꽂으면 멀티코어 성능이 거의 2배가 됩니다:
- 정수 연산: 193,000 MOps/Sec (+100%)
- 부동소수점: 116,000 MOps/Sec (+97%)
- 암호화: 18.8 GB/Sec (+114%)
- 코어/스레드: 40코어 80스레드
단, 단일 스레드 성능은 CPU 1개와 거의 차이가 없다. 단일 스레드가 중요한 게임이나 일반 PC 용도라면 체감 차이가 없다는 뜻이고, 반대로 멀티스레드 작업(가상 머신 여러 개, 동영상 렌더링, 컴파일 등)이라면 차이가 뚜렷한다.
저는 듀얼로 구매했으니 40코어 80스레드 구성이 된다. 사실 처음엔 ‘이거면 뭐든 되겠다’ 싶었는데, 직접 써보면서 느끼는 건 나중에 공유하겠다.
4. 홈서버로 쓰기 좋은가요?

가상화 서버 (Proxmox, VMware ESXi)
제온 골드 6138의 가장 큰 강점은 가상화이다.
- VT-x, VT-d(IOMMU) 지원: GPU 패스스루, 장치 직접 할당 가능
- 40코어 80스레드(듀얼): 가상 머신을 수십 개 동시 운영 가능
- ECC RAM 지원: 메모리 오류 자동 수정 → 장시간 운영에 안정적
- 6채널 메모리: 최대 메모리 대역폭 128 GB/s → VM 간 데이터 이동 빠름
Proxmox(프록스목스, 오픈소스 가상화 플랫폼)나 VMware ESXi를 올리기에 적합한 스펙이다. 개발 환경·테스트 서버·홈 NAS를 모두 VM으로 분리해서 쓰는 구성도 충분히 가능한다.
약점: 단일 스레드 성능
단일 프로세스 성능이 중요한 작업(게임 서버, 일부 데이터베이스 쿼리 등)은 현세대 CPU에 비해 느립니다. 최신 라이젠 대비 단일 스레드가 약 40% 수준이라는 데이터도 있다.
전력 소비 — 진짜 주의사항
125W TDP는 최대 설계 전력이다. 듀얼 구성이면 250W. 실제 부하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24시간 서버를 운영한다면 전기요금이 꽤 나올 수 있다.
5. 조립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서버 CPU를 처음 다루는 분이라면 데스크톱 CPU와 다른 점에서 실수하기 쉽다. 제가 미리 조사하면서 “이건 꼭 알아야 하겠다” 싶었던 것들을 정리했다.
① 쿨러: 일반 쿨러는 절대 안 됩니다
LGA 3647 소켓은 데스크톱 LGA 1700/1200과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정사각형 형태의 서버 전용 쿨러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장착 시 별 모양(Torx 또는 나사식) 특수 렌치가 필요한다. 일반 드라이버로는 볼트를 조일 수 없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알리익스프레스나 전자상가에서 준비해 두세요. 쿨러 가격은 개당 5만 원 이상 예상하는 것이 좋다.
② 메모리: 반드시 ECC RAM
이 CPU는 ECC(Error-Correcting Code) 메모리를 권장한다. ECC RAM은 메모리 셀에서 발생하는 1비트 오류를 자동으로 수정해주는 기능이 있어 서버 환경에서 안정성이 훨씬 높다.
일반 DDR4 데스크톱 RAM과 규격이 같아 보이지만, ECC 비트 추가로 칩 개수가 다르고 메인보드에서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ASUS Z11PR-D16은 ECC RDIMM(Registered DIMM)을 지원하므로 반드시 RDIMM 규격을 구매해야 한다.
저는 중국에서 ECC RAM을 배송 중이다. 도착하면 내용을 공유하겠다.
③ 메인보드: LGA 3647 전용
이미 ASUS Z11PR-D16을 가지고 있어 해결됐지만, 이 CPU는 LGA 3647 소켓만 지원한다. 일반 데스크톱 메인보드에는 절대 장착 불가능한다. 호환 메인보드 중고 가격은 34~40만 원 수준이다.
④ 케이스: E-ATX 빅타워 필수
ASUS Z11PR-D16은 E-ATX(Extended ATX, 일반 ATX보다 넓은 규격) 폼팩터이다. 일반 ATX 케이스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E-ATX 지원 빅타워 케이스를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이것도 현재 주문했고, 곧 공유할 예정이다.
⑤ 소음: 서버는 시끄럽습니다
데이터센터용으로 설계된 서버 쿨러는 RPM이 매우 높아 소음이 큽니다. 거실이나 침실에서 24시간 돌리면 상당히 거슬릴 수 있다. 별도의 공간이나 방음을 고려해야 한다.
정리
정리하면 제온 골드 6138은 이런 분에게 맞는 CPU입니다:
- 가성비 가상화 서버가 목표인 분 (Proxmox, ESXi)
- 멀티스레드 작업(컴파일, 렌더링, 여러 VM 동시 운영)이 주된 용도인 분
- 서버 장비를 저렴하게 구성해 보고 싶은 분
반면 이런 분에게는 비추입니다:
- 게임 서버처럼 단일 스레드 성능이 중요한 경우
- 전기요금 걱정 없이 조용한 환경을 원하는 경우
- 부품 구하기가 귀찮은 분 (소켓 전용 부품이 많아 번거롭습니다)
저는 파이코인 채굴용으로 샀다가 2년째 창고에 잠들어 있던 이 CPU를 이제야 제대로 활용해보려 한다. 메인보드에 이어 오늘 CPU까지 정리했으니, 다음 편에서는 중국에서 배송 중인 ECC RAM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